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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칠암항 조형 등대와 해동용궁사, 동해안 포구가 이어지는 부산 외곽.

해운대의 높은 건물들이 뒤로 물러난 뒤, 내가 기장 칠암항 야구등대 쪽 방파제로 걸으면 부산의 바다는 갑자기 낮고 느슨해진다. 방파제의 거친 바닥이 신발 밑에서 울리고, 바람은 소금기와 작은 포구의 물냄새를 한꺼번에 밀어 올린다. 야구 배트 모양 등대는 멀리서 보면 장난스러운 표식 같지만 가까이 서면 칠암항의 조용한 수평선과 묘하게 맞물려, 큰 관광지의 긴장 대신 동네 바다의 여백을 남긴다. 등대 아래에서 들리는 파도는 크지 않아도 반복이 분명하고, 그 소리가 기장의 시간을 천천히 늘려 놓는다. 방파제 끝으로 갈수록 말소리는 작아지고, 물결의 반복만 귀에 남는다.
해동용궁사 쪽 바다 절집을 떠올리며 해안도로의 굽이를 지나면, 기장은 부산이 동해안 포구로 풀어지는 구간처럼 느껴진다. 내가 등대 앞 난간에 손을 얹으면 차가운 쇠 냄새와 파도 소리가 손끝으로 올라오고, 방파제 끝에서는 도시의 속도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포구의 작은 배와 낮은 지붕, 먼 바다의 밝은 선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면 부산 외곽이라는 말은 거리감보다 숨통에 가깝게 들린다. 기장은 명소를 많이 늘어놓기보다, 작은 조형 등대 하나와 바람 부는 항구가 부산의 얼굴을 충분히 바꿔 놓는 곳이다. 내가 천천히 돌아나올 때도 등대의 형태는 뒤통수에 오래 남는다.
01 / SPOTS
관광 명소
도시의 공간을 번호 순으로 따라가며 발견하는 동선.